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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휴대용 PC, mbook M1 UMPC 되살리기

흰오리 2023. 3. 30.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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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아는 형 집에 놀러갔다가 요상하게 생긴 기기를 발견했다. 전자사전인줄 알았는데, 제품에 써져 있는 mbook M1이라는 모델명을 인터넷에 찾아보니 윈도우가 돌아가는 UMPC였다. x86 프로세서가 들어있다는 뜻인데, 2008년 2분기에 출시된 아톰 Z510이 탑재된 제품이였다.

 

 

 그런데 발굴했을 당시에는 부팅이 불가능했는데, 호기심이 도져서 고쳐보고자 받아왔다.

 

 먼저 포트 구성부터 살펴보았다.

 

먼저 전면 왼쪽에 USIM 슬롯, 전면 오른쪽에 microSD카드 슬롯이 있다. 유심이라니, 셀룰러 모뎀까지 들어있다는 건가?

 

그리고 우측에는 전원 포트와 USB Mini-B 포트, TTA 미니 20핀 헤드폰 포트가 있다. 둘다 현재는 좀체 보기 힘든 규격이다. 하단에는 터치펜 슬롯이 있다. 터치펜은 2단으로 늘어난다. 감압식 터치 스크린에 사용할 수 있다.

 

우선 발견된 증상은 두 가지였다.

 

1. 어댑터를 연결해야만 전원이 들어옴 -> 배터리 완전방전으로 인한 셀 사망 추정

2. 포스트 스크린이 뜨고 Windows XP 부팅 화면이 나오다가 넘어가지 못하고 셧다운됨. -> ??

 

억지로 켜도 여기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어쩌다 셧다운되기 직전 c000021a 에러 코드가 단 한 프레임 뜨는 것을 포착해서, 이를 토대로 찾아보니 윈도우 중요 파일의 손상으로 인한 부팅 불가인 것 같았다. 워낙 오래된 기기라 하드웨어 고장도 의심됐지만 우선 윈도우부터 재설치해보기로 했다.

 

여기서부터 산 넘어 산이 시작된다.

 

위에서 봤다시피, 이 기기에 USB 장치를 연결하려면 mini-B 타입 OTG 어댑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배송비도 짜증나고 하루 기다리기도 짜증나서 그냥 가지고 있는 케이블을 조합해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mini-B 케이블과 USB-A female 소켓을 준비하고 잘라서 케이블 4개를 같은 색끼리 연결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USB 2.0은 4핀이지만 mini-B 커넥터와 micro-B 커넥터는 핀아웃이 5핀인데, 이는 OTG 모드로 작동함을 알리기 위한 4번 identification 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GND와 연결시켜주면 장치에서 OTG-Host 모드로 연결함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데이터 케이블은 4핀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커넥터에 땜을 해서 직접 ID핀과 GND핀을 연결시켜 주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OTG 케이블을 연결하여 BIOS 화면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유선 키보드가 잘 작동한다.

 

 다음은 윈도우 XP 부팅 USB를 만들었다. 일반 USB 부팅하듯이 rufus로 뚝딱 하면 끝인게 아니라, HDD 호환 모드로 작동해야 하므로 특수한 소프트웨어와 다소 복잡한 과정을 수반한다. 다음 블로그를 보고 열심히 따라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okobai&logNo=40153801103 

 

엠북(mbook) 엠1(M1) USB로 윈도우XP설치하기

제 엠북에 관한 리뷰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물어본 내용입니다.    USB를 이용해서 윈도우를 ...

blog.naver.com

 

 그렇게 부트 디스크를 어렵사리 만들고 OTG 케이블에 꽂아서 연결하니 부트 메뉴에서 USB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설치가 진행중인 상태.

 

 

 설치가 완료됐다. 익숙한 언덕 배경화면과 함께 윈도우 XP의 정겨운 부팅소리가 우렁차게 나온다. 국내산 기기인데도 해외 모 사이트에 드라이버들이 전부 보존되어 있어서 전부 내려받아 설치했다. 이런 10년이 넘어가는 오래된 기기는 드라이버나 전용 소프트웨어같은 것들이 회사 사이트가 폐쇄되는 등의 이유로 실전(失傳)되어 구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운이 아주 좋다.

 

 인텔 아톰 Z510, TDP 2W의 싱글코어 CPU이다. 램도 무려 DDR2 512MB. 어마무시하다.

 

 

 무려 지뢰찾기 풀옵션 가능

 

 

 무선랜도 지원이 된다. 물론 5G 대역은 찾지 못하고 2.4G 대역만 사용 가능했다.

 

 

 구글 메인 홈이 이 기기에서 아직도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 놀랍다. 다른 사이트들은 단 한곳도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보통의 사이트들에서 이 정도 레벨까지의 레거시 지원이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내친 김에 방전된 배터리까지 리필했다. 제조년도가 2010년인걸 보니 셀이 사망할 만 했다. 배터리 팩 케이스를 반으로 가르면 18650 두 개가 들어가 있는데, 기존에 스팟용접된 셀을 뜯어내고 새로운 18650 전지 두 개를 사서 보호회로를 뜯어낸 뒤 원래 자리에 전극에 맞게 집어넣었다. 충전을 하니 이제 정상적으로 배터리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내장 디스크는 16GB SSD이다. 아마 eMMC에 가까울 테다. 그렇다 해도 당시 HDD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을 듯 하다. 특이한 점은 파일 시스템으로 NTFS가 아닌 FAT32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작업들은 전혀 버벅거림 없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이제 다시 구석에 쳐박아두고 다시는 안 꺼내볼 것 같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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