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컴퓨터가 맛이 갔다.
정확히는 쓰던 메인보드가 맛이 갔다. 2019년 말에 수능이 끝나고 컴퓨터를 맞출 때 부터 써 왔던 ASUS B450 TUF Pro인데, 지난 4년간 쓰면서 종종 램 슬롯이 접촉불량이 일어났었는데 점진적으로 그 빈도가 증가하더니 이제는 램 슬롯 4개 중 3개는 아예 인식조차 되지 않는 지경이 이르렀다. PCIe 슬롯도 16레인 중 2레인만 인식이 되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남은 램 슬롯 하나마저 죽을 징조가 보이자 이젠 정말 보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보드의 교체는 정말 매우 귀찮고 까다로운 작업이라 최대한 끝까지 미뤘지만 이젠 결국 사용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이 참에 아예 CPU까지 바꾸면서 인텔이나 AM5로 넘어갈까도 고민했지만 당장에 성능이 전혀 부족함이 없고 금전적 여유도 없었기에.. 보드만 교체하기로 했다.
메인보드는 AM4 최후의 칩셋인 B550보드 중 ROG Strix B550-A 제품을 골랐다. ATX 케이스이니 만큼 ATX 보드를 써야 보기에 좋다. 거기에 화이트-실버 테마의 방열판이라 본체 컨셉트에도 어울릴 것 같아서 결정했다.
유통사는 STCOM과 iBORA가 있었는데 더 저렴한 것으로 샀다. iBORA가 AS 기간을 산정할 때 구매일자가 아니라 생산일자를 기준으로 한다는 괴소문이 있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생산일자가 23년 5월이라 비교적 최근이라 안심.
박스와 제전비닐에 별도의 봉인스티커가 없다.
비닐에서 보드를 빼냈다. I/O 실드 일체형 보드라서 조립할 때 빼먹을 걱정은 없다. 또한 I/O 부분에 흰색 구조물이 달려있고 방열판은 전부 은색이다. 별도의 RGB 조명은 달려있지 않다.
보드 확장 구성은 PCIe x16 (4.0), PCIe x1x1x1x1 또는 PCIe x4(3.0), NVMe M.2 x4(4.0), NVMe M.2 x4(3.0), SATA 3.0 x6으로 칩셋의 레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하단 M.2 슬롯에 SSD를 장착하면 SATA/NVMe 상관 없이 SATA 5/6 포트는 비활성화가 된다.
보드를 교체하기 위해 본체를 데스크에서 가져왔다.
그래픽카드 제거, 라이저 케이블 탈착, USB 2.0/3.0 헤더 탈착, 시스템 팬 헤더 탈착, 수냉쿨러 탈착, SATA 케이블 탈착, CPU/MB 파워 케이블 탈착, 오디오 헤더 탈착, F_PANEL 케이블 탈착, 램/CPU 탈착, M.2 SSD 제거 등 모든 연결된 것들을 꼼꼼히 전부 다 뽑아주고 고정나사도 제거해서 기존 보드를 제거한다.
4년동안 수고가 많았지만 여러 가지로 고생시킨 것 때문에 도저히 곱게 보이질 않는 보드.. 작동을 안하니 중고로 팔 수도 없고 쓰레기통으로 보낼 듯 하다.
B550-A에 M.2 SSD와 CPU를 옮겨 장착한다. SSD는 방열판 나사를 풀어 들어내고 슬롯에 장착 및 나사로 고정한 뒤 방열판 써멀패드 비닐을 제거하고 다시 제 위치에 나사로 고정해주면 된다. 이 때 과하게 조여 SSD가 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보드를 케이스에 나사로 고정하고 케이블들을 연결하는데, SATA 포트 위치가 상당히 골때려서 조립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아다리가 맞아서(?) ㄱ자 꺾임 케이블을 통해 비는 공간으로 그래픽 카드 전원선을 빼는데 성공했다.
수냉 쿨러도 장착을 끝내고, 다른 케이블들도 모두 다시 각각 맞는 위치로 연결한다. 최대한 난잡하지 않게 같은 방향끼리 모아서 후면으로 빼냈다.
그리고 또 유의해야 할 점이, B450 보드는 PCIe 버전이 3.0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B550은 PCIe 버전이 4.0이기 때문에 3.0 라이저를 사용하면 화면이 안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스에서 그래픽 카드 슬롯의 PCIe 버전을 Gen 3으로 고정 설정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임시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남는 그래픽카드를 먼저 연결해서 바이오스 설정을 마쳤다.
모든 조립이 끝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본체를 돌려놓았다. 다행히 정상 부팅 및 정상작동 되고 램도 정상적으로 인식이 잘 된다.
기존 메인보드에 비해 흰색의 비중이 늘어나서 보기에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케이스 강화유리까지 닫으면서 조립을 마무리했다.
램 인식 등 문제 없이 한번에 잘 켜지는 모습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체감 성능의 차이는 없겠지만서도 꼭 필요한 교체였기에 돈이 아깝지 않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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