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YAMAHA AG03을 사용하고 있었다. 디자인도 맘에 들고 쓰기도 편하고 다 좋았는데, 애초에 저가형에다 나온지 오래 된 물건이기도 하고 아날로그 믹서 기반의 태생적인 노이즈 문제 때문에 결국 교체를 결정했다.
그런데 교체를 한다 해도 딱히 마이크를 두 대 쓸 것도 아니고 방송을 할 것도 아니라서, 1마이크용 가성비 깡패라는 오인페 Audient iD4 mk2로 결정했다.
기존 제품에 비교하여 mk2는 기본적인 형상은 동일하지만 프린팅이 훨씬 심플하고 모던하다. 형형색색 LED도 팬텀파워 표시와 유니티 게인 표시(적색)를 제외하면 백색으로 통일됐다. 또한 기존에 없던 루프백 기능도 탑재된 메이저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정발가 약 25만원. 이 분야에서는 매우 저가에 해당하는 장비이지만 ADC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무려 120dB이다. 실제 측정치는 표기보다는 별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격대비 엄청난 성능에는 틀림없다.
기본구성품은 iD4 mk2 본체와 USB-C to USB-C 케이블이다.
제품 전후면의 포트 구성은 전면에 악기 입력(6.35)과 헤드폰 출력(3.5, 6.35), 후면에 모니터 스피커 출력(Dual 6.35)과 팬텀파워가 지원되는 마이크/라인 입력(XLR/6.35 combo), USB-C 포트가 있다.
소비전력이 5V 900mA이다 보니 USB 2.0 포트에 연결시 정상작동하지 않는다. 데이터 전송량 자체는 적을테니 Y자 케이블로 전원만 별도로 공급해줄 수 있다면 USB 2.0 포트에서도 정상 작동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잘못하면 전원노이즈나 그라운드 루프 같은 접지문제가 따라올테니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기존에 사용하던 AG03의 옆에 배치해보았다. 확실히 크기가 작고, 뭔가 주렁주렁 달린 AG03이랑 비교하면 훨씬 깔끔해 보인다.
USB 케이블을 컴퓨터에 연결하자 USB 표시에 불이 들어오고, 팬텀 파워 버튼을 누르자 팬텀 파워 표시에도 적색 LED가 들어온다.
바로 마이크와 스피커, 헤드폰 전부 iD4 mk2로 옮겨 꽂았다.
Audient 홈페이지에서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재부팅하니 트레이 아이콘에 iD 소프트웨어가 뜨고, 여기서 루프백 채널 믹서를 설정할 수 있다.
모든 설정을 마치고, 사용법을 익히고, 간단하게 녹음과 출력 테스트를 해봤다. 우선 가장 먼저 느낀건 게인을 높게 줘도 AG03에 비해 노이즈가 현저히 적다. 마이크 게인도 거의 3시방향까지 키워서 써도 깔끔했고, 특히 스피커와 헤드폰 출력은 화이트노이즈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DAC에 힘을 많이 준 것 같다. ADC도 베이비 보틀 정도의 중저가형 마이크와 매칭해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단점이라면 스피커 출력의 최대치 자체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스피커로 오디오엔진 A2+BT를 쓰고 있다보니 볼륨을 조절하는 방법이 세 가지인데, 화이트노이즈를 피하기 위해 스피커 다이얼을 항상 중앙에 두고 윈도우 볼륨도 50을 기준으로 맞춰 사용하는데, 적당한 볼륨을 얻으려면 인터페이스에서 다이얼을 거의 유니티 게인에 가깝게 돌려야 한다. AG03에서도 소스 게인 3시/모니터 볼륨 3시를 해야 했던걸 생각하면 비슷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인터페이스랑 비교해서 현저히 낮은 편인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엄청 큰 볼륨이 필요한 상황은 잘 없다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큰 문제는 컴퓨터 전원을 껐다 켤 때 마다 이 볼륨이 초기화된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믹서 방식이 아닌 디지털 로터리 엔코더를 채용하면서 볼륨 값은 디지털로 처리가 되는데 이게 전원이 꺼진 동안 내부에 저장이 되지 않다보니 매번 컴퓨터를 켤 때 마다 다시 볼륨을 원하는 값으로 키워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에야 익숙해져서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번거로운 동작 하나가 추가된거라 맘에 들진 않는다.
기존에 AG03의 직관적인 아날로그 믹싱 방식을 사용하다 넘어와서 불편한 점도 있다. 먼저, AG03에서는 마이크 모니터링을 버튼 하나로 on/off가 가능했지만, iD4 mk2에서는 모니터링/소스 다이얼을 통해 입력의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 따라서 PC 출력만 듣다가 마이크 모니터링도 같이 들으려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던 AG03과 다르게 노브를 돌려 비율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줄어들은 PC 출력에 맞춰 다시 볼륨을 올려야 한다. 거기다가 스피커와 헤드폰의 볼륨을 별도로 조절할 수 있는 AG03과 달리 iD4 mk2에서는 헤드폰의 볼륨을 별도로 조절할 수 없고 버튼을 통한 스피커 음소거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디지털 방식으로 내부에서 신호를 처리하며 얻는 이점이 많고 필수적인 기능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감안할만하다. AG03보다 음질 말고 더 뛰어난 게 있다면 PC에서 루프백 채널이 일반 채널과 구분되어 별도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AG03은 스위치를 통해 일괄적으로 루프백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지만 iD4 mk2는 채널이 처음부터 나누어져 있다. 동시에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출시된지 2년 정도가 되어가지만 아직도 동 가격대 최강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라 할 만하다. 방구석에서 굴리기에는 차고 넘칠 듯 하다. 마이크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오인페 졸업템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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