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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디바이스·주변기기

아이패드 프로 11 매직 키보드 이베이 리퍼비시 구매기

by 흰오리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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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학교에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모두 들고 다닌다. 아이패드는 PDF에 손으로 필기를 할 때 필요하고, 노트북은 레포트를 쓰거나, 노션에서 프로젝트를 정리하거나 프로그래밍 등 다량의 타이핑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가방은 엄청나게 무거워진다. 

 

 아이패드에 키보드를 연결해서 노트북 대신 사용할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로지텍 K380, K480 블루투스 키보드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키보드 자체의 배터리 관리와 매번 전원을 켜고 끄고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과 아이패드 자체도 거치할 수단이 있어야 하는 등 일련의 작업의 fluency를 망치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었다. 거추장스럽기 그지없는 것이다. 별 거 아니여 보여도 나에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그냥 꾸역꾸역 노트북을 따로 들고 다녔다.

 

 이런 문제점들을 한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악세사리가 있긴 했다. 애플 스마트 폴리오 키보드와 매직 키보드가 그것이다. 아이패드 본체에 달린 3핀 포고핀으로 연결되는 기기라서 키보드에 별도의 전원이 필요 없고, 유선 연결이기 때문에 귀찮은 페어링과 끊김, 레이턴시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며 키보드 치고 무게도 가볍고 자체가 일종의 케이스라서 아이패드 거치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 살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예전에 쓰던 아이패드 프로 10.5에서도 전용 스마트 키보드를 아주 유용하고 편하게 잘 사용했었고.

 문제는 정말 더럽게 비싸다는 것이다. 정가가 매직 키보드는 41만원, 스마트 폴리오 키보드는 26만원에 달한다. 애플 정품 악세사리야 원래 비싼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41만원은... 어지간한 중급기 태블릿 본체 가격 수준이 아닌가. 이렇게까지 투자할 가치는 없어서, 맘편히 포기하고 폴리오 키보드 중고나 가끔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3월 29일, 테크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알려준 고급 정보를 입수했다. 이베이의 한 리퍼비시 셀러가 한국어 매직 키보드를 엄청 싸게 팔고 있다고..!

84.55 달러 실화?

 이베이의 tekdeals라는 셀러였는데, 허겁지겁 찾아 들어갔더니 진짜로 open box 상태의 한국어 매직 키보드를 단돈 84.55달러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스마트 폴리오 키보드도 아니고 터치패드가 달린 매직 키보드가 맞다. 개봉품이라고는 해도 40만원짜리를 11만원에? 놓칠 수 없었다. 재고는 단 4개였다. 단순개봉 미사용이고 셀러 평이 양호하길래 일단 빠르게 주문하고 봤다. 한국으로 직배송은 가능했는데 배송비로 25달러를 추가해야 했고 미국 내 배송은 무료라서 배송대행지를 이용했다. 주문에 성공하고 나니 금새 품절이 떠 있었다.

 다른 제품들도 보니 한글자판 말고도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인도어 등 비영어권 자판 제품들은 영어 자판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중이였다. 제품들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리퍼비시용 등의 이유로 소량 보유중이던 재고를 저렴하게 푼 것 같았다. 근데 난 한국인이니까 한글 자판을 싸게 팔아주는건 매우 땡큐다.

 

 

30일에 발송이 돼서 배송대행지에 대행신청서를 작성하고, 다음날 입고되어 국제배송비도 결제했다. 8.7달러. 18달러는 아낀 셈. 총 구매비는 123,600원이다. 이후 출고알림을 받고, 집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4월 10일이 되어 드디어 택배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심플한 패키지.

 

 매우 허접한 종이 완충재와 함께 본품 박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문정보 라벨이 뒷면에 붙어있었고, iPad Magic Keyboard Black - korean이라 써진 모델명이 보인다. 한국어 자판 제품이 제대로 왔다.

 

 

박스를 열자 제품이 바로 보였다. 원래 새거는 반투명한 비닐에 싸여 있어야 하는데, 개봉품이다보니 비닐은 버렸나 보다.

 

미사용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지 얼룩이나 찍힘 등은 전혀 없었다. 

 

 

 커버를 열자 힌지의 쫀쫀한 장력이 느껴졌다. 자판도 유분기나 얼룩 없이 완전히 깨끗하고 각인도 한글각인이 하자 없이 잘 새겨져 있다.

 

 

 아이패드를 바로 장착해 보았다. 자력으로 찰싹 달라붙고, 후면 포고핀 연결로 키보드와 트랙패드도 즉각 사용이 가능했다.

 

 

 

 닫은 모습은 이렇다. 아이패드 프로가 2018년 버전이라 단일 카메라인데, 매직키보드는 4세대 이후 호환이 가능한 제품이라 카메라 부분이 좀 이상해 보이긴 한다. 

 

 

키보드는 노트북에 흔히 들어가는 치클릿 팬터그래프 방식이며 두께에 비해 키감이 상당히 준수하다. 스마트 폴리오 키보드나 이전 세대의 스마트 키보드는 러버돔과 직물 자체의 탄성으로 작동하는 키보드라 타건감이 상당히 이질적이었는데, 매직 키보드는 노트북 키보드와 느낌이 비슷하다. 다만 11인치용이다보니 키 간격이 조금 좁은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키보드에는 백라이트가 있어서 어두운 환경에서도 키를 식별할 수 있다. 밝기는 밝지 않지만 충분한 수준.

 

+) 환경설정에서 하드웨어 키보드 메뉴에 들어가면 키보드 밝기를 더 키울 수 있다. 최대로 설정하니 훨씬 밝다

 

 

Caps Lock 활성화 시엔 녹색으로 불이 들어온다. 한글판 매직 키보드는 캡스락 위치가 한영전환이 기본설정이라 쉽게 보긴 힘들다.

 

 

 

 또, 매직키보드 힌지에는 C타입 포트가 달려있어서 아이패드의 충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포고 핀을 통해 전력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전송은 불가능하다.) 구세대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로지 베이스라는 거치대에서 보여줬던 방식인데, 키보드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한다는 것. 

이렇게 충전하면 선이 공중에 매달려 있지 않아도 돼서 안정적이다. 또한, 충전은 충전대로 하며 동시에 아이패드 본체의 포트는 다른 기기를 연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노트북 등에서 지원하는 전력 루프 방지 감지가 안 되는건지 이렇게 자기 자신을 충전하게끔 연결하면(...) 충전 표시는 뜨지만 의미 없는 전류 순환으로 배터리는 더 빨리 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뭐 실제로 이렇게 연결해놓고 쓸 사람은 없으니 문제라고 할 건 아니다. 그냥 웃길 뿐.

 

 노트북과 크기 비교. 노트북은 13인치 레이저 블레이드 스텔스이다. 그런데 매직 키보드가 무게가 상당하다 보니 본체 + 매직 키보드 + 펜슬의 무게가 거의 1.1kg에 달해서 부피 대비 많이 무겁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정방향으로 거치한 상태에서 애플 펜슬을 사용하려면 손이 공중에 떠서 상당히 불편하기에 이렇게 뒤집어놓고 쓰던가 해야 하는데, 이 형태가 상당히 기괴하다. 간단하게 필기할 때는 이렇게 뒤집어서 사용하되 장시간 필기 시에는 그냥 떼서 들고 필기하는게 낫겠다.

 

2020년까지 사용하던 아이패드 프로 10.5 풀세트와 오늘 완성된 아이패드 프로 11 풀세트

 제품이야 뭐 어쨋든 거의 새거나 다름없는 매직 키보드(그것도 한글자판)를 단돈 12만원에 구했다는게 아주 신난다. 어쩌다 보니 이번 아이패드도 펜슬/키보드 풀 세트를 완성해 버렸다. 애플이 싫다고 하면서도 결국 다 사 모으는걸 보면 정말.. 사람은 안 변한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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