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코의 무접점 키보드 KN01BT는 가성비도 좋고 유무선도 다 지원되는 참 알찬 키보드인데, 문제가 기본 스테빌라이저가 정말 너무 너무 구렸다. 스테빌이 있는 키를 누르면 철컥 철그럭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아무리 고점도 윤활제를 때려부어도 나아지지 않는 정말 심해도 이렇게 심할수가 없는 물건이여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예 스테빌을 바꿔버려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관련 정보를 보다가 기본 스테빌라이저를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바로 알루미늄 테이프를 이용해 철심에 감아주는 것이였다.
기존에도 얇게 캡톤테이프나 필름을 둘러서 효과를 본 적이 있었지만 워낙에 부착면적이 작아 잘 붙지도 않고 쉽게 떨어져나와 크게 효력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루미늄 테이프는 다른 테이프와 다르게 모양을 잡으면 다시 펴지려고 하지 않고 형태를 잘 유지하는 데다 부착력이 좋아서 유지력까지 좋다고 해서 바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테이프는 다이소에서 2천원에 판매하는 오공 알루미늄 테이프를 사 왔다.
KN01BT는 하우징은 나사결착이 없고 플라스틱 걸쇠로만 걸쳐져 있어서 분해용 피크를 이용해 걸쇠를 빼내야 한다. 사진처럼 하단에서부터 걸쇠를 제거하고, 측면과 상단을 번갈아가며 분리하면 어렵지 않게 하우징을 분리할 수 있다.
상단 하우징을 들어내면 하판 및 기판-러버돔-보강판 뭉치가 나온다. 이 때 전원버튼이 어디에 고정되어있지 않고 툭 튀어나오니 잘 보관해두어야 한다.
하판과 기판-러버돔-보강판 뭉치는 마찬가지로 나사 결합이 아니라 그냥 마찰로 끼워져 있는데, 이것을 조심스럽게 분리한다.
하판을 뭉치와 분리할 때 케이블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들어낸 뒤 커넥터를 빼 준다.
그러면 기판-러버돔-보강판 뭉치를 따로 떼어낼 수 있다.
기판 위로 보이는 나사를 전부 제거하면 이 뭉치를 전부 분리할 수 있다.
이렇게 보강판과 기판과 러버돔이 전부 분리된다.
이 때 기판과 러버돔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러버돔 안의 스프링이 튀어나가거나 서로 엉키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진행한다.
풀윤활을 한다면 러버돔과 스프링까지 전부 윤활해야겠지만 지금은 스테빌라이저만 손 볼 것이므로 볼 일은 보강판에만 있다.
스테빌라이저를 분해하기 위해 먼저 스위치 하우징을 안쪽으로 눌러 빼준다.
그 다음 스테빌라이저 위쪽의 돌기를 누르고 위로 들어 스테빌라이저를 보강판에서 분리해준다.
스테빌라이저의 철심을 빼내어 수평을 확인하고, 알루미늄 테이프를 사진과 비슷한 크기로 잘라서 준비한다.
그리고 양쪽에 깔끔하게 감아준다. 1.5바퀴에서 2바퀴정도 감기게 된다.
만약 기존에 스테빌을 윤활했었다면 윤활제를 깨끗하게 닦아야 테이프가 잘 붙는다.
같은 작업을 엔터, 좌쉬프트, 우쉬프트, 백스페이스, 스페이스 총 다섯 스테빌 키에 전부 똑같이 해 준다.
이후 역순으로 조립하고 추가적으로 적절한 윤활제를 도포해주면 끝
조립하는 과정에서 스프링이 대량 탈출하는 사태가 쉽게 생기므로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하우징을 분해하는 김에 유선 포트쪽 통로를 드레멜로 갈아버려서 구멍의 크기를 넓혀 다른 케이블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작업을 완료하니 원래는 철그럭철그럭 하는 소리가 왕창 나던 스테빌에서 잡소리가 많이 사라졌다. 이 정도면 거의 거슬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작업 전에 녹음한 것이 없어서 1:1로 비교는 힘들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알루미늄 테이프 하나로 일궈낸 드라마틱한 변화. 완벽하지는 않지만 추천할 만한 작업 같다. 더 좋은 스테빌로 교체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어렵다면 이 정도로 만족해도 괜찮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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